10/30/2016

La porte au numéro 2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10.30 / Paris

05:48
여섯시 반쯤 되었나 하고 깼는데 다섯시 반이다. 오늘은 10월 마지막 일요일. 밤중에 겨울시간으로 바뀌는 날이다. 여름에 내주었던 한시간을 다시 찾아온다. 중학교 때인가 새들은 해의 길이의 변화로 계절을 가늠한다는걸 배웠었다. 그때야 그냥 여러가지 교과서 내용중 하나였는데 유럽에 살면서 ‘해가 떠있음 혹은 졌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겨울이면 아직 일어날 때가 아닌 듯 아침이 깜깜하고, 아직은 이른듯한 시간에도 빨리 따듯한 집으로 들어가라는 듯 밤이 일찍 찾아온다. 여름은 아주 달라서, 저녁을 먹는건지 점심을 먹는건지 늦은시간에도 해가 계속 하늘에 걸려있다. 유럽생활 처음 몇년은 이 차이에 매번 낯설었다. 그리고 해가 길고 짧아진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길면 밤이 그리웠고 짧으면 괜히 겁이 늘었다. 지금도 이렇게 다시금 계절을 인식하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의식하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해에 맞춰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를 무시하고 내 일정만큼의 하루를 보낸다.

Le matin
잠을 자다 깨는건 유학생활하는 동안 생긴 몇가지 습관중에 하나다. 외국생활이 아니어도 나이와 함께 생겨나는 습관들일텐데 나도 나를 보는 사람들도 쉽게 이 생활을 이유로 삼는다. 실은 공식적인 ‘공부’는 마친지 3년이 넘어서 유학은 이제 더이상 해당하지 않고, 그냥 외국생활 혹은 외국 노동자(?). 그리고 내년부터는 이중살림.
전에는 누가 옆에 있거나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드는 것도 잘 못했는데 이제 잠에 빠지는건 금방이다. 성인이 되고는 멀어진 낮잠도 올해는 두번이나 잤다. 긴 여행을 하는 기차나 비행기에서도 늘 실컷 졸아봤자 30분. 잠을 좋아했고 여전히 수면만한 좋은 치유가 없다. 그런데 어느샌가 잠결에 '5분만'을 외우면서 엄마 목소리를 다시 자장가 삼아 잠들던 일은 아주 예전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또 어느샌가 아주 아침형 인간이 되어버렸다. 아침 정도가 아니라 때론 새벽형.
그래도 다행인건 나는 아침이 좋다. 우선 아침의 보랏빛, 남빛 혹은 회색빛 공기가 좋다. 샤워로 회복된 몸도 가끔 손에 힘이 안 쥐어지는 것 말고는 가장 잘 따라온다. 커피도 공복에 뜨거운 첫모금이 가장 맛있다. 최근 2년정도는 오전을 수업으로 보내는 날이 많다. 그렇지 않을때는 이 시간동안 때때로 가장 알차게 작업하는데, 그때 집중해서 몇시간 컴퓨터로 빠져들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나면, 뭔가 할일을 한것 같은 좋은 기분이 든다. 좋은 기분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아침이 점점 더 일러진다. 파리로 돌아오기 몇일 전 엄마한테 장난섞인 불평을 했다. 아침 5시쯤 출근 준비를 하고 잠시 앉아 기다리던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나도 이른아침 온라인 불어수업을 하려고 준비했다. 순간 그 상황이 웃겼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배운다기 보다는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에게 아침은 그렇다.
어쩌다가 잠을 못자면 좀 손해본 느낌이다. 그래도 그 시간만큼 무언가를 하면 억울하지는 않다. 잠은 더자면 더 자는것에 덜자면 덜 자는것에 적응한다. 몇일을 잘 자고도 단 하루 잠을 망하면 피곤하고, 쌓이기만 하던 피로가 하루이틀 숙면에 비로소 깨끗해진다.

Les oreilles dans l'oreiller
'일어난다'라고 하기전에 두세번 정도는 거의 늘 깬다. 새벽 중 와있는 메세지에 답하거나 Facebook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지나가는 생각들을 메모한다.
중학교때 처음 mp3 플레이어를 갖게 된 후로 음악을 듣는 습관은 있다가 없다가 하는데 올해는 정말 많이 듣는다. 집 밖을 나설때는 신발을 신는것 만큼 당연하게 이어폰을 꼽는다. 그림을 그릴때도 봤던 영화 혹은 그날 그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Shuffle을 해 놓을때도 많다. 비디오 작업을 할때는 물론 전혀 아무것도 안듣는다.
이번에 파리에 다시오는 비행기에서는 영화 프로그램이 별로였다. 괜찮은 몇가지는 내가 이미 몇달전 파리에서 본 영화였다. 밥먹을때 한번씩 보던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게스트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그래서 골랐던 첫 영화는 Sing Street. 아일랜드가 배경이었던 것 같은데 학생들이 밴드를 만든다는 스토리를 핑계삼아 밴드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영화다. Once나 Begin again같은. 아직까지는 Once가 음악영화 중 가장 음악이 남는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Ed Shareen의 라이브공연 편집영상을 봤다. 모르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Thinking out loud라는 노래는 밖에서 간간히 들어본거였다. 기타하나에 비디오 동시 녹음 조작 버튼 하나만 가지고 무대를 즐기더라. 그리고 찾아본 앨범을 요즘 자주 듣는다. 4곡 정도가 마음에 드니 아주 좋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추가한 앨범 중 몇일간격으로 다시 듣는것 Ed Sheeran, Bon Iver, 박효신, 넬. Bon Iver의 새 앨범은 좀 충격이다. 말 그대로 artist. 넬은 2016년 새 앨범보다 2014년 앨범이 더 귀에 들어왔다. 박효신 새 앨범 꿈과 숨들 따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