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7/2016

D+10000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1 / Paris

10000번째 오늘 관찰.

2016
1 00시에 첫날을 전혀 의도치 않게 Trocadéro에서 맞이했다. 좋은 언니이자 학생이었던 Ks 맥주를 한잔인가 두잔하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레이저 쇼때문에 우리집 부근 지하철이 통제되는 바람에 밤중에 매우 걸었었다. 막히지 않은 빠른길이 Trocadéro뿐이라 거쳐가려는데 당연히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인파를 뚫어야만 했지만 00 에펠탑의 반짝임에 반응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버렸다. 그렇게 새해를 맞이하고 집에 들어갔다
올해도 가득히 많은 것들이 지나가고 있다. 새해를 파리에서 맞이한 겨울을 한국에서 보냈다. 돌아와서 파리의 봄은 끝이 없을 길었다. 여름의 더위를 파리에서 살짝 맛보고, 한국에서도 살짝 맛본 반가운 가을을 보냈다. 이제 겨울이 오고있다. 올해는 내가 한국에서 28살이다.  

11
연말이라는게 실감이 전혀 안난다. 점점 자주 들리고 계획삼게 되는 시기이다. 파리에 돌아온지 2주가 조금 지났다. 2주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는데 일이 줄지 않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일년전 이맘때를 기억한다. Remember November라는 메모덕분이다. 프랑스에서의 개인전을 앞두고 있었다. 파리는 아니고 조금 외곽 Arpajon이라는 곳에서. 기차 칸에도 하나 덜렁 남게되는 여정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정말 마음에 안드는 설치를 했었다. 당시로는 내가 어떻게 할수 없던 것들. 지금 다시 한다면 요구하고 까다롭게 있을까. 아마도 1년으로는 그정도 레벨업이 안될 하다. 어찌됐든 설치를 마치고 vernissage 하루 앞두고 발표내용을 생각하던 밤이 생각난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잠이 안왔다. vernissage 토요일 오후였다. 오전중에 Sh, Sj 수업을 하고 생각이였다. 잠들지 못하고 머릿속에 작업소개 내용만이 한참 뒤섞여있을때 한국에서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다. 테러가 터졌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모든것이 마비되었었다. 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새벽을 지샜다. 잠시 잠들었다가 깨면 사망자 수가 늘어가고만 있었다. 결국 담당자들에게 모든것을 취소해야 할것 같다고 메일을 보냈다. 후로 아주 많이 울었었다. 이후로 전시를 준비하면서 생각한다. 천재지변이나 테러같은 것이 터지지 않으면 된거라고. 물론 아직은 그보다 사소한 일에도 마음이 동요한다. 아직 멀었다.

월요일
나는 월요병이 없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숨가쁜 주말을 보내고 오전수업 까지만 마무리하면 한템포 쉬어갈 수도 있다
하루에 하나씩 달력에 스마일을 그리면서도 오늘의 요일을 잊을 때가 많다. 일주일이 너무나 금방 가버린다. 그나마 규칙적인 시간에 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서 어느정도 파악을 하게 되는데 그것도 수업변동이 많다보니 도움이 안된다. 주중과 주말은 어느정도 느낌이 다르지만 금요일이나 토요일이 놀기 좋고 하는 것은 일정과는 많이 멀다. 이건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휴일엔 수업이 있다
Dijon에서는 물론 달랐다. 학교를 다녔으니까. 그땐 무엇보다 일요일은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주 심하게 조용한 날이었다. 그게 싫었다. 서울이나 파리가 좋았던 이유 하나가 일요일이 일요일 같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월요일도 월요일같지 않게 혹은 월요일 답게 반갑다.

아침 :
오늘은 00시를 넘긴후에 잠이들었다. 몇시에 잠들던 상관없이 거의 같은시간에 일어난다. 그래도 알람은 꺼놓지 않는다. 아침형이다 보니 아침에 샤워를 하고 준비를 마치면 뭔가 살아난다. 파리집에서는 주로 오전시간에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요즘같아선 늦어도 10시부터 바깥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나가기전에 스케치를 하나 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 아침엔 스케치를 못했다. Br 모닝커피를 하러 가기전에 엄마와 전화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아침형이 된건 엄마의 영향이다. 그냥 살다보니 그런 리듬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른아침을 맞이하는걸 당연하게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Br와의 인연이 시작된 K까페는 이후 아주 오랜만이였다. 뭔가 내부가 바껴있었다. 좋은 동생이자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시간이 되서 Sh수업을 하러갔다. 곧바로 집에와서 Jh수업도 있었다. 둘다 불어를 배우는 예쁜 학생이다. 저녁을 먹고 준구작업을 시작했다. 엊그제 Bj Hj 집에 들러서 촬영을 도와줬다. 고마운 일이다. 한국이라면 보다 쉬웠을 일이지만 여기서는 아주 간단한 일이 어렵게 느껴질때가 많다. 내가 정확한 구도를 몰랐기때문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촬영을 했다. 실사 이미지는 아직도 다루기가 어렵다. 뭔가 내마음 같지가 않다. 이것 저것을 해보다 실패를 하고 밤중에 다시 그림자로 촬영을 했다. 뭔가 되는것 같았다. 졸린눈으로 이런저런 편집을 해보고 export 걸어놓은 자러갔다. 오늘아침에 확인해보니 별로다. 다시 하나씩 해봐야겠다. 작품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인서트 컷을 만들고 싶다.
오늘 아침에도 스케치는 못했다. 9시부터 Ms Mh 수업이 있었다. 영어를 배우는 남매. 순수하고 예쁜 학생들이다. 가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잔소리를 때도 있지만 나이에 맞게 따라온다.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다 보면 가끔 중학교때의 나를 돌이켜 본다. 지금 습관같은건 피부에 닿아 적도 없던 시기. 그때는 아침이 무거웠었다.

비가 진눈깨비가 되었다 :
비오는 아침은 소리가 좋다. 하늘이 어둡고 흐리지만 어차피 겨울은 아침이 어두우니 탓은 아니다. 진눈깨비가 잠시 흩날렸다. 파리는 눈이 안온다. 눈은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많은 눈은 누군가를 춥고 힘겹게 한다는 알게된 후로 전만큼 그저 순수하고 반갑지만은 않다. 물론 내리고 쌓이는 모습은 고요하고 아름답다. 비도 그렇다. 우산을 들어야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비를 바라보는 , 소리만 듣는 , 우산이나 텐트를 방패삼아 빗속에 들어가 있는 , 은근한 비냄새를 맡는 , 깨끗하게 젖어있는 땅을 바라보는 , 창가에 빗금 그리며 맺히는 빗방울 같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 낸다

커피 :
오전중에, 공복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뜨거운 한두모금이 가장 맛있다. 집에 있을경우에는 보통 한잔으로 종일 마시고 밖에 돌아다니면 한두잔 마시게 된다. 마신다고 잠을 못자는것도 아니지만 저녁엔 안마신다. 아침에는 cafetière italienne으로 끓여 마신다. 처음 유학와서 Laurie 살때 처음 장본 물건들 하나. 지금까지 남아서 기능을 하고있는 드라이기와 cafetière. 벌써 그게 10년이 되어간다.
고등학교때 커피에 대한 습관이 생겼다. 그때는 그냥 타마시는 가루커피. 그래도 믹스가 아니라 커피랑 설탕 조금만 넣고 교무실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서 타마셨다. 서랍속에 컵을 넣어놓고. 그러다가 가끔 S선생님이 교무실 원두커피를 주시기도 했다. 학원에 가는길에 테이크이웃을 가끔 하기도 했고. 그때 에스프레소를 처음 접했다. 첫느낌은 기억이 안난다. 당시에는 한국에 에스프레소 마시는 사람이 워낙 없었다. 나도 알고 마신게 아니라 자꾸 마시다 보니 쓰게 마시게 같다. 한번은 학교 앞에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시켰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에스프레소에 카라멜 시럽을 넣어주셨다. 마끼아또를 카라멜 마끼아또로만 생각을 하셨던 모양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정말 맛있게 커피를 내어주는 전문점들이 많아졌다. 그냥 까페라고 하는것들은 어질러진 레고조각마냥 길거리 마다 박혀있다.
돌아와서 남아있던 커피가루와 Jm 선물로 커피가루를 마시는 중이다. 이제 많이 남지는 않았다. 이번 한국 방문기간동안 많이 봤던 언니작가이자 친구. 한국에 때마다 우연과도 같은 인연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가 지웠다가 한다. 이제는 파리에서도 다르지 않다.

이제 스케치를 하나 하고 일들을 시작해야겠다. Home - Johnny Jewel
앞으로 10000일을 살고 모습은 어떨까. 유사화효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