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2016

Bourgogne 2016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09 / Cluny

올여름은 작년에 비하면 유럽엔 더위가 약했다. 그래도 폭염으로 고생하던 한국으로 가기전 두번의 더위가 있었다. 한번은 빠리에서 35-6도의 지글거리던 햇빛 2-3, 그리고 오랜만에 내려간 Bourgogne지방에서의 이틀.


겨울 한국에서 돌아온 비디오 상영회라는 아이디어가 생기고 무턱대고 공간을 찾기 시작했다. 인맥이나 비용이 없기 때문에 별로 방법은 없었다. 그러다가 터무니 없게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다. 졸업 개인적으로는 거의 연락을 안했던 M 메세지. 장소는 연결되지 않았지만 고마웠다. 그리고 나의 작가 인생을 시작하게 기회를 I.L. 연락. 나의 상황을 브리핑하면서 두곳의 갤러리에 메일을 보내줬다. 거기에 더해 남편이 directeur 있는 미술관모임의 저녁 상영회에 나를 초대해줬다
하나의 갤러리에서 먼저 답이 왔지만 바쁘니 한달쯤 뒤에 연락을 달라고했다. Marais 갤러리가 나가고 들어온 갤러리. 그곳에서 하게되면 엄청나겠구나 싶었다. 이후로 연락은 안왔고 더이상 연이 이어지지 않았다
몇주가 지나서 두번째 갤러리에서 답이왔다. 늦어서 미안하다며 일단 만나준다고 했다. 어느 비오는 아침 노트북을 챙겨서 갤러리로 갔다. 처음보단 작은곳이지만 salle de projection 따로 있었다. 바로 공간을 내어 준다는 거였다. 상상과는 다르지만 뭐든 좋았다. 이후 몇번의 메일이 오가고 약간의 마음 졸임이 지나가고 결국 그곳에서 비디오 상영회 Videojisun #1 지나갔다.
그리고 비디오 수집가 L부부네서의 저녁 상영회. 나까지 세명의 작가. 우리집에서 걸어서 20분이면 가는 고급 가정식 villa. 그래도 두번째 방문이라고 긴장했다. 하나의 비디오라면 보여줄까 하다가 rush 보여야겠다고 마음먹고 갔는데 세개나 보여줄 시간을 줘서 i : n the story, monologue dialogué, rush까지 보여줬다. 당시에는 마음이 깨지기 쉬운 속빈 유리공 같아서 rush 때마다 많이 울었다. 전날 돌려보면서 눈물을 뺄만큼 빼고 마음을 단련했고 다행이 이날 저녁엔 울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더 나에게 부부가 페스티발에 초대해줬다. 4년전 졸업학년때 만든 i : letter 다리가 되어 시작된 그들의 invitation. 갤러리를 만났고, 빠리에 오자마자 작가로 살아갈 있었다
3년전 페스티발에 때에는 기차비가 너무 비싸서 co-voiturage 했다. 비디오를 소개하지는 않는 그냥 구경가는 작가커플의 차를 얻어타고 갔고 부부의 집에 남은 방에서 잤다. 비디오 하나를 소개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명함이 없어서 포스트잇에 당시 블로그 주소을 적어줬다. 혹시 몰라 챙겨간 dvd 하나는 부부에게 하나는 갤러리에 줬다. 모든게 그저 새로웠고 벅찼다.
3 두번째 페스티발 방문은 기차로 갔다. 여름쯤 체력이 다해갔지만 방문할 곳이 세군데 있었다. Bourgogne 페스티발, Genève가족, Y 산속 . 그중 안되겠다 싶어서 제네바만 가려고 마음 먹었다. 간다는 메일을 보내고 버티는데 IL 보낸 페스티발 프로그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없었다. 바로 기차표를 끊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09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09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아침에 Exki에서 Ms수업을 하고 기차를 탔다. 더운날이였다. 기차역에 도착해서 페스티발 장소까지 렌트카로 같이 가줄 사람을 기다렸다. 장년남자인 A 젊은 여자. 알고보니 A 중요한 salon 메인 commissaire였고 여자는 아주 친해보였지만 결국 누군지 모르겠다. 작가는 아니였다. 그들의 숙소에 먼저 들러서 짐을 놓고 이미 시작된 페스티발로 갔다. 중국에서 대표가 중국작가들의 비디오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었다. 지난번과는 다른 상영장소. 좋은 분위기였다. 그때부터 시작된 어둠 비디오 상영 릴레이. 나는 다음날 발표였다. 냉방이 전혀 안되는 부르고뉴 벌판 한가운데 상영회장. 어둠속에서도 지붕은 열을 받아가고 뜨거운 프로젝터는 하염없이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침 커피한잔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쉬는 동안 나가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바로 안뜰에서 저녁식사가 이어졌다. 서로 조금씩 아는 사람들. 나는 지난번에 얼굴만 봤던 혹은 그냥 처음보는 사람들. 같이 집을 빌려서 자게된 작가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비디오 작가도 있고 큐레이팅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고 따라온 친구나 연인도 있었다. 앞자리엔 남부에서 미술학교 교수 비디오 이벤트를 개최하려는 남자, 왼쪽엔 남자 비디오 작가, 오른쪽엔  이번에 여러가지로 organisation 도움을 여자학생.
10시가 넘어가면서 해가 지고 저녁자리도 끝나갔다. 아주 조금의 힘으로 버티는데 작가들이 지난번 호스트였던 Y 집에가서 시간을 보내자고 했다. 결국 2-3시쯤 잠을 자기로 집으로 갔다. 7명의 젊은이들. 2 3개의 . 그런데 화장실은 하나. 게다가 샤워실과 같이있는 구조. 일단 다들 자기 침대를 찾아 잤다

다음날 아침. 바이오 알람은 그대로 작동했고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일찍이 움직였다. 샤워를 하고 하나둘 일어나면서 커피를 마셨다. 방안 동그란 창문으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은 믿기 힘들만큼 아름다웠다. 오전시간을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혼자 정리를 하다가 페스티발로. 나는 하룻밤만 자기때문에 다시 짐을 챙겨서 갔다. 페스티발 전에 모든 참여자들이 L부부의 집에 모여 점심을 갖고 하나둘 다시 상영장에 자리를 잡았다. 더위와 함께 시작된 비디오 릴레이. 전날보다도 덥고 앉아만 있어도 현기증이 났다. 주문을 외우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 시간이 지나서 후반부 작가들이 한명씩 하나씩 소개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차례. 비디오인 i : n hand premiere 상영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기차시간에 따라 미리 인사하고 나와서 차를 얻어타고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픈카. 한달째 유럽 바킹스를 즐기던 커플의 . 그늘이 조금도 없는 위를 30분가량 달려 역에 도착. 감사인사를 하고 뒤돌아 당연히 냉방이 되지 않는 기차역에 들어간 순간 다리가 풀렸다.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기차시간이 2-30 남아있는데 제네바가 아닌 빠리행을 타고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Jh수업 약속과 나를 기다려주실 제네바 가족들을 떠올리며 예약된 기차에 탔다. 그나마 기차 안이 가장 시원했다. 계속해서 울었다. 조금 한번 갈아타기 위해 작은 역에 내렸다. 커피나 저녁거리를 먹으려 했는데 일요일 저녁이라 열린게 없었다. 결국 남은 동전에 맞춰 자판기에서 빵을 뽑아 길바닥에서 눈물 콧물을 닦아가며 먹었다. 그리고 제네바에 도착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Cluny


때의 이틀은 너무나 강한 기억이 되었다. 몇가지 감정과 생각이 극대화 되어서 한꺼번에 폭발한 시간

  • 나의 작가 생활 그리고 비디오 경력의 3년만큼의 발전을 실감했다
  • 엄청나게 아름다운 풍경과 유럽 부유층의 고급 문화, 나는 초대/방문객이지만 그곳에 작가로 초대받아 사람들 앞에서 작업을 소개하는 기회는 내가 프랑스에서 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꿈조차 꿔보지 못했다.
  • 이곳에서의 인사, 식사, 소개, 수면 등등의 각기다른 상황이 이제는 충분히 자연스러울만큼 적응되어 있다.
  • 여전히 비디오는 갈길이 멀고 주변에 그리고 멀리에는 노력하는 재능있는 작가들이 매우 많다
  • 유학생활 가운데 가장 외롭고 가장 지쳐있던 시기. 모든게 벅차고 쉬고 싶기만 했던 시기.
  • 페스티발의 방문때도 못갈뻔 한걸 겨우 갔다. 그날 가지 않았다면 지금 프랑스에 남아 있을까 싶었던 기회. 이번에도 다른 같다.
  • 아직도 깨어낼 부분이 많다. 혼자는 도저히 수가 없다. 꾸준히 이어가는 만큼은 혼자서 있지만 깨어내는건 정말 어렵다.
  • 겪을 수록 프랑스를 뒤로 하기 어렵고 겪을 수록 한국이 필요하다. 몸이 두개일 수는 없다. 가능하다고 해도 두개라면 좋기보단 불행할
  • 다음에 다시 기회는 언제일지 조금도 없다. 당장 내년 여름일지 몇년 뒤일지. 적어도 내가 움직여야 반응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주지 않는다. 움직이는 작가는 넘친다.
  • 그런데 학연도 지연도, 뭐하나 배경도 없는 나같은 어린 외국 작가의 작업을 응원하고 초대해주는 사람들. 여유라는 것의 순기능인걸까. 나는 그저 감사할뿐.
  •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식사를 대접받고 좋은 대화를 하고 나면 꿈을 꿨나 싶다. 그나마 사진이 아니라는 증거가 되어준다.
  • 눈을 감고 꾸는 꿈도 상상을 넘어가지만 눈을 뜨고 꾸는 꿈은 정말 이상이다.
  • 감당해 낸다. 즐긴다. 감사한다.
  • 체력.
  • 유사화효가행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TGV
Photo credit : JiSun LEE / 2016.07.10 / TG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