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4/2017

Post Script of La Touche, Une Tache.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2.14 / Paris

Post Script of La Touche, Une Tache.

시작
준비하던 그룹전이 담당자의 히스테리로 순간 취소되고, 갑자기 다른 그룹전을 하게됐다.
전시의 오프닝 중에 한쪽 귀를 막고 통화로 이번 개인전이 결정됐다.
많이 급했던 일정이라 당연히 불가능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제네바와 한국일정 사이로 테트리스 끼워맞추듯 날짜가 맞았다.
기왕이면 새로 이사한 반짝이는 문화원에서 전시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갑작스럽게 취소했을 누군가의 대타인줄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도 좋은 일이었다. 올해에는 빠리에서 개인전을 한번 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전혀 방법도 장소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아예 올해를 일로 시작했다

준비
작가님 혹은 선생님이라고 까지 불러주시는 문화원 직원분들과, 나의 부족한 눈을 채워주신 SA큐레이터님, AD 깔끔한 비평글, 내가 직접 디자인도 인쇄도 안한 초대장과 카탈로그, 파리지성 보도자료까지.
가장 중요한 작품들은 다행이 아직 소개해보지 못한 작업들이 이것저것 많았지만 모아보려 하니 자잘해 보이기만 했다. 큰작업이 거의 없는 나에게는 시리즈처럼 고집부리고 해온 작업들이 많은 부분을 채워줬다. 벽에 걸고 보니 더욱더 작은 작품들이지만 지금 나에게 최선의 것들이였던것 같다. 다만 올해부터는 A4에서 A3 키웠다. 수는 많이 줄겠지만.

설치와 철수
졸업하고 3년반동안 30번정도의 크고 작은 전시를 했다. 20번정도는 혼자 낑낑대고 설치를 한것 같고, 3번정도는 한국에서 오빠와 아빠가 날개를 달아줬었고, 5번정도는 아예 누군가가 대신 설치를 해줬다. 이번에는 협회를 통해 인연을 쌓게된 오빠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YH오빠, HK오빠, SS오빠 모두들 무엇보다 듬직했던 날개들.

인연
문화원에는 협회일로 이래저래 많이 다녔지만 워낙 눈에 띄는 인상이 아니라 직원분들과 아는듯 모르는듯한 사이였다. 이제는 내가 누군지는 아신다.
큐레이터님이 소개해주신 비평가 AD 알고보니 석사지도교수와도 갤러리와도 아는 사이였다. 세계는 알수록 모르는 사람이 많고, 멀리 다닐수록 좁다.
오프닝을 하기 다녀간 프랑스 여자의 이메일. 나의 존재가 고맙다는 메세지는 지금 생각해도 약간 믿긴다.
방명록은 언제나 그렇듯 편지같이 고이 보관. 하트하트하다.
문화원에 밥먹듯이 드나드는 흑인아저씨는 자신이 출간할 시집에 삽화를 그려달라고 했다. 최종 첨삭후 텍스트를 보내준다고 해서 기다리는 . 말도 안되는 제안일지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겠다.

오프닝
오프닝은 그렇다. 기쁜날이면서 허무하고 피곤하고 서운하기도 하면서 내가 주인공같이 느껴지는 날이기도 하다. 파리에 남은 사람이 없다고 점점 느껴가는데 그래도 동료라서, 궁금해서, 예의상, 좋아서, 이유가 어땠든 찾아와준 사람들이 너무 고맙다. 작가라고 사진도 찍어가고 사인도 받아가고, 같이 일했던 갤러리라고 여기저기에 칭찬도 해주고, 손녀딸 같을 교수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타나주고. 생각보다 별로 쉬운일이 아니다. 엄청 감사한일이다. 집에와서 맥주한잔하면서 현실로 돌아오기.

방명록
작년 이맘때 전시때 사용하려고 준비했던 작은 메모지. 결국 그때는 방명록이란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방문만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개인전에서는 갤러리에서 준비한 노트가 따로 있었다. 세번째에서야 비로소 작고 초라한 메모지가 방명록으로 쓰였다. 답이 없을 편지를 쓰지만 전시를 핑계삼아 사람들을 맞이하고 편지를 받는것 같아 좋다. 게다가 이번 전시의 마지막 방명록은 나의 가장 오랜 학생. 파리생활만큼 오랫동안 이어지는 인연에서 학교가 바쁘다는 이유로 한번도 들르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전시도 오고 마지막 페이지도 장식해줬다. 사람과 사람은 익어가는것 같다

내가 만지다, 나를 만지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는 한국에서 개인전을 하면서 해를 시작했다. 그때 컬쳐엠과 비디오 인터뷰를 하면서 전시도 소개하고 나도 소개를 했다. 파리로 돌아와서 갑작스럽게 YTN 보도자료에 등장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아주 비슷한 일이 파리에서 파리지성 덕분에 지나갔다. 예상과 계획에 없던 것들이 지나간다. 오늘을 살면 내일이 준비된다. 점점 그렇다.

손과 나무
작년, 여러가지로 허하고 외로움이 동기가 되서 따듯한 손을 계속 그려왔다. 선물로도 나눠줬다. 손을 차갑기 때문에 그림은 따듯하고 싶다. 올해에는 많은 나무를 그리려고 한다. 손과 나무는 많이 닮았다. 많은 나무를 심어서 얼만큼이 모이면 숲과 같은 전시를 해야겠다


유사화효가행.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2.14 /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