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9/2017

제주도 2017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2017.04 제주도

조금 뒤늦게 정리해 메모와 사진과 기억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3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3 / Jeju

24일의 일기 :

제주도
거의 20, 정확히는 13살때 이후, 지금 29살이니까 16년만에 왔다.
전혀 다른 이유, 상황, 목적으로 이곳.
지금은 둘째날 1217, 섭지코지 근처 아주 한적한 카페이다. 이곳에 먼저 오려고 했다가 주차장이 없어 보여서 조금 운전을 하고 가니 섭지코지 해변. 까만 돌이 가득했다. 해가 쨍쨍해도 파랗지 않던 하늘에 답답했었는데 바다색이 내가 그리던 하늘보다 더더욱 파랗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금요일의 상영회, 토요일의 리셉션. 전시가 아직 끝나진 않았지만 아주 중요한 공식 일정들이 어느정도 마무리됐다.
금요일. 세번째 비디오지선. 3시부터라고 적어놨지만 상관없었던 금요일과 토요일 간간히 끝까지 이어진 비디오들. 계속 울려퍼진 2010년에서 부터 2017년까지 나의 목소리들. 첫번째로 그림자를 소개하던 목소리는 지금 들으니 아기같고, 나의 목은 언제인가부터 아프다. 오전 가장 먼저 들러준 JY언니. 그리고는 한시간 간격으로 계속 오기로 되었던 손님들의 시간이 하나같이 밀리는 바람에 잠시 시간이 비었다. 할일이 많다는 생각과 이틀간 전시일로 아무것도 못할꺼라는 생각에 괜히 조바심이 났었다. 동시에 눈이 자꾸 감겼다. 버스 정거장 거리에 있던 남산도서관에 가보려고 걷다가 가까운 Goethe Institut 들어갔다. 방문이지만 익숙한 분위기에서 BR 논문글을 보다가 잠시 책상에 엎드려 잤다. 다시 떠진 눈으로 3시에 맞춰 전시장에 돌아오니 시간맞춰 와있던 MS DE. MS 이번 전시만 3번을 왔다. 굉장한 일인건데. 그리고 JY, QE, MK, JS, YH, WJ까지. 문닫기 조금 전에 어쩌다 보니 상영회의 분위기가 갖춰졌다. 힘을 빼면 알아서 자리잡는다. 알면서도 매번 힘을 주게되지만. 그리고 YH 충무로에서 저녁. 귀한 YH.
토요일.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DH 커플을 시작으로 H 식구들, MH, 오빠와 YS, HS, MS&MH 부모님, 엄마 아빠, WS, HR JP. 그리고 DM까지 함께한 저녁. 익숙하지만 쉽지 않은 우리들의 한번 좋았던 저녁식사 이후 일찍 잠들진 못했다. 몇일 내내 새벽이 되어 잠들고 새벽이 끝나기 전에 일어나서 하염없이 움직이거나 인사를 하거나 했던것 같다. 누구와 언제 대화를 하고 어떤일 이후에 어떤일을 했는지도 기억나질 않는다. 몇일동안 사진은 찍었는데 정리는 하나도 하지 못했다. 정리안된 몇백장의 사진만큼 수많은 얼굴들과 말들, 장면과 감정들이 정리되지 않은채로 구석구석에 남아있다.
다시 어제. MS수업을 하고 바로 출발하기 위해서 일찍이 일어나 남은 짐을 쌌다. 수업을 하고, 오빠에게 메모를 남기고, 한국에서만 벌써 세번째로 캐리어와 카메라가방, 등딱지를 입고 집을 나섰다. 일요일 오전의 C. MH 지원사업을 작성하고, 잠시 햇볕과 함께 보라 논문을 보고, 적당히 일어나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어쩌면 시간이 많이 떠서 까페에 한번 가야하나 했었는데 실은 거의 아주 여유롭게 적절한 시간이었다. 게이트에 잠시 앉아서 BR글을 보고, 비상 배터리로 사두었던 2+1 편의점 쿠키 하나를 먹고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에는 복도 자리에 앉아서 사진찍을 일이 없는데 이번엔 창가. 괜한 사진들과 영상들을 한가득 담았다. 잠이 들고 금방 깨니 비행기도 금방 제주도에 착륙하려고 했다. 다시한번 영상들을 찍고 내려 5 출구 렌트카하우스 5번에 12 셔틀. 근처 수많은 렌트카 회사들을 지나 구불구불 들어가니 내가 차를 예약한 . 아빠차로 익숙하게 몰아본 흰색 아반떼. 연료는 8. 반납할때 다시 채워야 한다고 했다. 한시간 정도 거리라고 생각했는데 네비게이션에는 2시간. SH수업이 늦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직 운전에만 집중했다. 달리고 달리니 도착시간이 자꾸 앞당겨지고, 결국에는 8시쯤 호텔에 도착. 중간에 편의점에라도 들러야 하나 했는데 다행이 호텔 1층에 작게 편의점이 있었다. 세번을 왔다갔다 하면서 저녁거리를 사고 먹고, SH수업을 겨우하고, 뭐가 뭔지도 모르는 편한지 불편한지도 모르는 상태로 늦게 잠이 들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그리고 오늘. 지금 이곳은 혼자이고 오늘 하루종일 하나만 다녀갈것 같은 분위기. Damien Rice 노래가 나오고있다. 바람이 서늘하다. 에스프레소와 보리빵. 오늘 호텔에서 나오면서 급히 검색해서 온곳. 요란하고 거창한 디저트를 파는곳보다 보리빵이라길래 이곳을 선택했다. 정말 별거 없는 아주 익숙한 맛이고, 역시 에스프레소와 어울릴줄 알았다. 이제 Adele노래가 나온다. 에이 중간에 끊고 음악을 바꾸셨다. La vie en rose 트럼펫 연주곡. 다채롭군.
지금 이시간이 없었으면 이번 한국일정은 한번의 쉼표도 없을뻔 했다. 다행이다.
오늘 해야하는 일은 MH수업과 Musical Sequence 지원마무리. 수백장의 사진 정리. 오전에 해야겠다 생각한건 커피 마시고 차를 호텔에 놓고 다시 나와서 서귀포 부근을 걷는것. 근처에 이중섭 거리와 시장이 걸을만 하거나 올레길 코스정도.
내일은. 걷고, 밝은 사진을 한장 남기고 싶다. 그리고 글을 있다면 좋겠다. 

<  i : n connu >, exhibition views : https://artleejisun.com/2017/03/22/i-n-connu/
ViDEOJiSUN #3, screening views : https://artleejisun.com/2017/03/22/videojisun-3/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23:22
생각보다 훨씬 짧았던 이중섭거리와 올레시장. 선물과 저녁거리를 사들고 일찍이 호텔로 돌아왔다. Musical Sequence 최종제출하고, 사진 정리를 이어서 하다가 무난하게 MH수업을 하고, 지금까지 계속 사진정리. 오빠와 통화를 한듯한 엄마의 메세지. 미안해 말고 쉬고 사진 많이 찍고 오라고. 고맙고 미안하지만 무엇보다 고맙다. 어제 M, 오늘 아침 WCH감독, 저녁 DH. 전화는 아무것도 받지 않았다. 오늘은 비로소 쉼표를 찍은 느낌. 걷는 시간보다 운전한 시간이 길었지만 차가 없이는 들르지 못했을 까페. 오늘의 유일한 손님이었을꺼다. 남겨서 싸온 보리빵은 내일 먹어야지. 내일은 까페 한곳만 다녀오고 실컷 걷고 사진찍어야겠다.

Point / Virgule
점점점점점. 쉼표,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25일의 일기 :

제주의 : 파랑, 초록, 노랑, 회색, 갈색, 검정
제주의 지나침 : 운전 아저씨, 프랑스 노부부, 집적남, 사진 아주머니, 친절 아주머니 두분, 노루, 까마귀, 종달새, 지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26일의 일기 :

11:17
제주도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가려는 비행기안. 가장 익숙한 대한항공이다. 제주공항 13 게이트 앞에서의 기다림은 많이 시끄러웠다. 오늘 아침은 호텔도 조금 북적였다. 아침부터 복도와 엘리베이터에는 쾨쾨한 냄새가 났었다. 두번의 아침을 알람없이 맞이하고 오늘은 결국 세개의 알람이 울렸다. 오빠가 학교가는 시간에 맞춰놓은 4:45, 조금 일찍 움직여야 할것 같아서 켜놓은 6:30, 그리고 그냥 매일 아침 울리는 7:07. 오늘은 아침이 조금 무거웠다. 잠을 많이는 못잤다. 그래도 모든 시간이 아주 완벽하게 맞아서 비행기 탑승까지 했으니 이제 집에가면 된다. 아침에 켜놓은 TV에는 아주 오랜만에 아빠어디가 1기를 방영해줬다.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가장 순수하던 그것들. 짐을 챙겨 체크아웃을 하고 차를 끌고 나오니 생각보다 많은 비가 내렸다. 차가 있다는 것은 매우 편하면서 아주 짐을 가지고 있는것과도 같다. 

Drive
이번 한국에서 운전연습 제대로 했다. 한적한 , 출근길 오전, 퇴근길 오후, 빗길, 시골길, 고속도로 다양한 경우로 운전을 해봤고, 익숙한 주차장에 더불어, 지하주차장, 시장주차장, 관광지 길거리 주차장, 공원 모퉁이 까지 주차도 많이 해봤다. 음악을 들어보고 라디오를 들어보고 사진을 찍어봤지만 사진은 운전중 찍어서는 안될 같다. 아무튼 이제 초보운전은 떼어야겠다. 없이는 가지 못했을 곳들을 네비게이션 하나만 있으면 아주 쉽게 방향 잡아볼 있다는 장점. 하지만 어딘가에 두면 반드시 다시 찾아와야 한다는 . 서울에서는 예상 도착시간이 운전을 할수록 점점 늦춰져서 30분정도는 늦을 각오를 해야한다면 제주도는 도착시간이 기본 30분은 단축된다. 

시간이 그냥 빨리 가는 정도가 아니다. 빨리가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시계를 확인하면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나서 몰려오는 피로도 놀랍고. 
비행기는 거의 텅텅 비었다. 옆자리에 아무도 없는듯 한데 없기를. 기다리면서 자판기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어제는 결국 커피를 한잔도 못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4 / Jeju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5.25 / Jeju
지금은 6월 :

한달 밖에 안됐나 싶다. 실은 한국에 다녀온게 예전 일인것 같아서 그렇다. 꿈을 꾼다. 1 반정도가 지나 2019년이 시작할 때쯤 지금의 많은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 모든걸 멈추거나, 버리고 옮기거나, 단순히 떠나거나. 그런것들을 꿈꾼다. 선선한 제주도에 한번 가야겠다. 그때는 동쪽에 숙소를 잡으면 좋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