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2017

Annecy, Genève + C,Y,V,S-S. 2017

2017.06 Annecy, Genève + C,Y,V,S-S.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6 / Aiguille du Midi

10년동안 파리를 세번 방문한 친구가 떠나기 전날, 집에 남은 음식재료로 가장 푸짐했던 저녁을 말끔하게 먹고 짐을 싼다. 친구는 캐리어, 나는 작은 캐리어. 떠나는 , 각자의 가방과 캐리어를 하나씩 매고 끌고 공항으로 간다. Terminal E 무장한 군인들이 여행객들을 한곳으로 몰아부친다. 덩그러니 놓여지 주인없는 가방이 여행의 시작 혹은 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불편과 두려움으로 몰았다.
친구를 보내고 나는 Terminal F. 한적한 입구와 다르게 게이트에는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Annecy, la belle ville
처음의 경이로움 사라졌지만 해가 지나 보고 봐도 아름다운 도시이다. 혼자는 한번도 간적 없는, 매번 다른 손님들과 함께 가게되는 . 내가 손님이던 처음 방문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아마 15년쯤 . 올해 유난히 구시가지에 꽃화분이 없었다는것만 빼면 그때의 기억과 변한것이 없다. 무지개색이 각자의 위치에서 그저 빛나고 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Festival International du Film d’Animation à Annecy
이름도 많이 듣고, 몇년전 의미없이 작품도 내보고, 쉽게 가볼것 같지만 계속 못가던 행사. 이번 일정을 만들어낸 . 몇개월전 한국집에서 꼼꼼히 체크하면서 오빠의 작품 등록을 하고, 그로부터 얼마뒤에 비공식적으로 메일을 받고, 그로부터 몇일 뒤에 공식적으로 발표가 났다. 그리고 지난 10년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오빠를 이곳까지 오게했다. 5번의 시도, 장편의 출발.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Charles De Gaule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to Geneva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Réunion
Métro>RER>avion>bus>voiture>pied. 하루동안 배만 빼고 순서대로 각종 교통수단을 탔다. 그렇게 조금 지쳐서 잔디밭에 앉아있는 오빠와 YS 만났다. 주변 풍경에 하염없이 이질감을 느끼던 오빠와 다르게 풍경안에 있는 오빠모습은 그리 자연스러웠다. 더불어 작은엄마의안씨의 찻집에서오빠 있고, ‘에그로 인터넷 연결중이라는 메세지 대로 어떤것도 생각해보지 않은 조합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Annecy에서 시작된 조합은 Genève에서, Chamonix에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이름의 마을들에서도 계속됐다.
오빠는 시나리오를 먼저 인간관계를 서로서로 연결지어 놓은 후에 사건들을 풀어놓는다고 한다. 배꼽에 연결되어 만들어진 아기는 연결을 끊으면서 태어난다. 사람은 수없이 연결을 만들고 끊고 다시 묶고 풀어가며 산다. 그때 만들어지는 매듭은 리본같이 예쁘기도, 정신없이 꼬이기도, 너무 조이기도, 느슨하기도 하고, 풀리지 않게 단단하기도, 썩어서 끊어지기도, 송두리째 잘리기도 한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5 / Annecy

Projection & Rencontre
차를 마시고 저녁을 먹고도 조금 남는 시간. 하늘은 여전히 낮인듯 환하다. 그나마 몰려온 구름덕에 공기가 선선해 지고, 하나둘 시간맞춰 각자가 예매해놓은 상영관으로 향한다. 21:30 무대 주변에는 꿈과 소망을 담았다는 종이 비행기들이 군데군데 놓여있고, 마지막 순간에 온다는 진행자 A 친절한 미소를 남기고 갔다. 불이 꺼지고 페스티발의 홍보영상이 시작된다. 팬인지 덕후인지 관계자인지 모를 관객들은 아이들처럼 노래를 따라부른다. 진행자의 소개, 오빠의 인사. 잠시 정적에 물고기처럼 뻐끔거리며 행사의 모든 전통을 최대한 알려준다. 그리고 영화시작. 오른쪽에는 오빠, 왼쪽에는 지난번 부산에 동행했던 배급사 담당이 앉아있다. 처음 시나리오 부터 릴영상, 작화 부분부분, 대사, 음악 여러번 다양하게 봐왔지만 완성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는 나도 처음이였다. 틀린 자막과 관객의 반응에 신경이 곤두선 오빠. 적당한 포인트에서 웃어주던 배급사 담당. 나는 동생 관객으로 보고 웃고 찡긋하고 했다. 영화가 끝나고, 노래가 나오며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상영관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하나씩 나간다. 익숙한 풍경. 그래도 반은 남았다. 일찍이 떠난 진행자 대신 내가 마이크를 받는다. 동생겸 통역이라고 소개를 하고 남아있는 스텝의 도움으로 질문을 받고 오빠에게 전달하고 오빠가 대답하고 나는 다시 관객에게 전달한다. 아무도 나서지 않는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는 다행이 스텝이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할때까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제는 당황해도 나오는 불어에 비해서 영어는 조금 해버리게 되었다. 모든것이 끝나니 이미 12시가 되었다. 깜깜하고 선선한 . 많은 박수가 오고간 밤이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6 / Plan de l'Aiguille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6 / Plan de l'Aiguille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6 / Mont Blanc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Vinorama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Lavaux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Lavaux

Localisation + Tips
Seujet 도착하는 버스는 다른 관광버스들과 다르게 그냥 시내버스 정거장에 잠시 멈췄다 간다.
Annecy-Genève 생긴 고속도로 통행료는 8유로를 웃돈다.
Annecy-Chamonix 잇는 고속도로는 두번에 걸쳐서 통행료를 낸다. Annecy보다는 싸다.
Aiguille du Midi 올라갈때 먼저 Plan de l’Aiguille에서 한번 내리고 다시 올라간다. 중간이 2317m, 위가 3842m. 거기에 조금더 걸어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
Helbronner까지 다녀오는 télécabine panoramic 타려면 오전이 좋다.
Yvoire 에는 여전히 꽃이 많다.
Lavaux Vinorama 유네스코에 등록된 포도밭이다. 이곳의 포도나 포도주를 먹으려면 오랜시간을 기다리거나 돈이 많아야 한다.
Vevey에는 Charlie Chaplin 박물관과 Nestlé본사가 있고, 오르막에는 작고 귀여운 동네들이 있다. 
Saint-Saphorin이란 마을에는 Jean Villard Gilles이라는 작곡가겸 시인이 살았다. 구글링하면 Le Bonheur라는 음악이 먼저 뜬다. 행복을 노래하는 곡이다.
Genève 시내에 있는 Mont-Blanc 지하주차장의 화장실은 돈을 내는데 0,50CHF이다. 동전이 없을때 매점 직원은 취해있거나 불친절하다.
Rive거리에 있는 Globus 푸드코트는 양이 많고 비싸다.
Genève 모든것이 비싸긴 하다.
Genève 공항은 도착하는 여행객에게 시내교통티켓을 무료로 나눠준다.
Cornavin 이제 예전에 비해 위아래로 많이 정비되어서 깨끗한 역이 되었다. 공항으로 갈때 5 버스로는 30분정도 걸리고 기차로는 7분이 걸린다. 기차가 버스보다 2-3 비싸다.
Café de Paris 어느 유럽 도시에나 하나쯤은 있는 밥집인데, 제네바 시내에 있는 이것은 Chez Boubier라는 이름이 살짝 덧붙여있다. 음료는 여러가지 있지만 식사는 오직 이탈리안 스테이크 한가지만 판다. 동생의 point spirituel.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Saint-Saphorin

Genève
국제 도시, 비싼 , 초록의 풍경, 알프스의 아랫동네, 작은집이 사는곳, 그리고 나의 세번째 .
처음 방문은 1997.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피아노 콩쿨을 나간 해였다. 키가 크고 안경을 썼던 담임선생님이 있었던 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친가의 식구 9명이 다같이 여행을 했다. 이미 출장을 자주 다니시던 작은아빠의 주도로 온가족이 유럽을 방문하게 되었었다. 그때 찍은 비디오와 사진이 대부분의 기억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당시 낯설고 이국적이던 인상들을 여전히 군데군데 느껴진다. 그때의 스위스는 높고 맑고 소가 있었다. 작은아빠의 단골 호텔 직원의 인사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 받았던 얼룩소 무늬의 작은 초콜릿 가방 앞주머니에는 프랑스 남부 해변의 돌을 잔뜩 넣어왔다. 아마도 아직 한국집 어딘가에 남아있을꺼다.
이후로 제네바에 집이 생겼다. 나의 집은 아니고 작은집의 . 5학년때 할머나와, 1때는 혼자 불어라는것을 공부하려 한두달정도 여름에 방문했었다. 프랑스로 후로 지금까지 몇번 집에 다녀갔는지 모르겠다. 1년에 2번정도는 온것 같은데 주로 연말기간과 여름이었고 요즘엔 조금더 기간이 불규칙적이다. 20 전을 처음으로 올해까지 30번정도로 치자.
Grand-Saconnex 주변 산책길은 여기저기 걸어봤는데 제네바라는 도시는 아직도 모른다. 발로 직접 누벼야 하는데 이곳은 주로 집이다. 입구와 거실, 부엌과 큰방, 작은방들과 베란다, 더불어 주차장, 창고, 혹은 요즘에는 가본일 없는 빨래방. 그동안 아래 대문의 비밀번호가 한번 바꼈다. 관리자도 바꼈고, 같은층 앞집 외국가족도 바꼈다. 내부구조와 가구 등등은 여러번 바꼈고, 내가 있을때만 다녀간 손님만 해도 100명은 넘는것 같다. 비행기는 몇분간격으로 지나가고, 새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시간동안 나는 게스트였다가 호스트였다가 한다. 
수많은 점을 찍다가 쉼표를 찍는 .
매번 똑같은 악보이지만 한시간정도는 실컷 피아노를 칠수 있는 .
익숙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해보지 못한 .
다녀가는 .
한국, 태어나서 한참 살았던 누상동의 . 그리고 계속 옮겨다닌 . 비로소 장기간 머몰고 있는 귤현동의 .
프랑스, 처음엔 친절했지만 안타깝게 끝난 홈스테이부터 자주 옮겨다녔던 집들과 지금 나의 주가 되는 파리의 .
그리고 제네바의 .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Saint-Saphori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17 / Saint-Saphorin

Déplacements
5 한국에서 돌아오니 기차 하나, 짧은 비행 하나, 비행 하나씩 왕복표를 끊게 되었다. 
6월이 되서 차례대로 움직이고 나니 기차 , 짧은 비행 하나, 비행 하나로 늘었다.
올해가 시작될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맘쯤의 일정이다.
엄마의 기억에만 있는데, 스님이 아기인 나를 보고 엄마한테 해주신 얘기가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되니 그때 그분이 용한 스님이 되어버렸다.
어떻게인지 모르게 그냥 하나씩 이렇게 되었다.
앞으로 언제쯤 얼마나 어떻게인지 나도 모르겠다.

유사화효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