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2017

London 2017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5 / London

2017.06 London

다시 파리로 돌아가기 근처에서 남은 파운드를 썼다. oyster카드는 정확히 못봤지만 아마 8.90파운드가 남은것 같다. 원래 6파운드 남아있던거에 20파운드를 추가했으니 34일에 20파운드만 적당한것 같다. 한국에 다녀오고 비행기표와 기차표가 줄줄이 쌓여가고 있었다. 첫번째 런던 일정이 이제 마무리 되어간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Much Rain and Much Wind
도착한 날은 적당히 비가 흩날리면서 흐린 하늘이 반겼다. 숙소에 짐을 놓고 다시 나와서 다니니 비가 계속해서,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둘째날은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렸다. 등껍질을 매고, 오른쪽에는 카메라를 매고, 왼손으로는 우산을 들고 때때로 핸드폰으로 지도를 확인해가면서 걸었다. 계속해서 내렸다. 그래도 멈춰가면서 사진을 찍었다. 좋은 사진을 많이 건지지는 못했지만 비오는 사진기를 매고 다니는건 오랜만이다. 두번째 갤러리를 보러가기까지 너무 추웠다. 보고 나오니 비가 멈추고 아주 조금의 온기를 느낄수는 있었다. 비때문에 상대적으로 느껴졌던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비바람이야 강하고 정신없는것에 익숙하지만 이정도로 몸이 날아가라고 불어대는 바람을 맞고 걸은지는 마지막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귓가에는 오직 바람소리만이 들리고 머리는 빗을수 없을 정도로 엉켰다. 바람에 발이 엇갈리고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몸이 움직였다. 셋째날 아침은 해가떴다.  빨간 암막 커튼 뒤로 햇빛이 뜨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늘이 파랗게 예뻤다. 바람은 계속 불었다. 비가 가끔 흩날렸지만 거의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바람만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다시 구름낀 하늘, 적당히 많은 바람. 말그래도 바람 실컷 쐬었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Galleries, Art and Video Projections
지난번에 요일이 안맞고 시간이 부족해서 못갔던 갤러리를 들렀다. White Cube Bermondsey, Whitechapel gallery. 둘다 건축구조 자체도 특징적이고 전시도 좋았다. 특히 White Cube Larry Bell. 전시 장소들도 크지만 둘다 video projection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곳이라도 비디오를 상영하게 된다면 좋을것 같다. Whitechapel auditorium에서 상영된 3가지의 비디오들은 러닝타임이 합해서 길었지만 결국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Column이라는 아주 담백한 다큐멘터리 비디오. Tate modern 일정상 결국 못갔고 Saatchi 다녀왔다. 기억만큼 여전히 말끔한 전시장. selfie-self-portrait 관한 주제로 전시장들이 꾸며졌다. 윗층 video projection공간은 막혀있었다.  Whitechapel에서도 self-portrait 관한 주제로 작은 컬렉션 전시가 있었는데 요즘 유행인가보다. 전시들을 하나도 못볼줄 알았는데 알차게 봤다. 파리에서도 시간을 내서 보러가야 하는데 자꾸 시간을 못내고 안내게 된다. Le Centquatre다시, Centre Pompidou, Palais de Tokoy + galeries.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W : Walking & Wandering
많이 걸었다. 비와 바람에도 실컷 걸었다. 좋았다. 12237+23987+14374+그리고 오늘 현재까지는 2698 steps. 추위에 다녀서 아플까 했는데 다행이 안아프다. 지금 아프면 안된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5 / London


Planes
런던 하늘에는 아주 꾸준하게 비행기가 지나간다. 공항이 근처인지 이착륙을 순서대로 하는듯하다. 아주 꾸준히 하나씩 보인다. 올해는 비행기를 10번정도 예정이다. 가끔 긴것 한번씩만 타다가 요즘엔 길고 짧은 비행들이 잦아진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Terror
한국에 있을때 테러가 난것도 얼마전인데 몇일전에 테러가 터졌다. 여러가지 보안이 강화되어 자동차로 사고를 내고 칼을 휘두른 사건. 수가 몇이든 사람이 죽었었다. 계획을 무를수도 무를 계획조차도 없었다. 체감하지 못하고 다니다가 London Bridge쪽을 걷게될때 통제되고 추모하는 모습, 길거리에 놓은 꽃들이 보였다. 감정을 느낀건 아니지만 이제는 익숙한 만큼 자주 지나온 광경이였다. 그때의 먹먹함 같은것도 순간 생겼다가 금방 지나갔다. 내가 사랑하는 곳들이 상처를 입는다. 사람들이 다치고 겁먹는다. 일상을 그대로 살아가기는 하지만 공포 같은것이 한편에 자리를 잡아간다. 미리 조심을 할수도 예견할수도 없는것들. 사람은 살고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각오정도.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Books (aka. I only want to read them)
파리에 돌아오고 소비가 많았다. 카메라에 모니터에 기차표 비행기표 하염없이 큰돈을 지출했다. 런던 일정에서도 중요한것들을 미리 예약해놓긴 했지만 그때 그때 필요한 소비가 걱정됐다. 전시도 좋고 넓은 장소들임에도 무료여서 부담없이 보기도 했는데 결국 책욕심이 발동했다. Whitechapel 자체에서도 출판을 하는것 같은데 Jeu de Paume처럼 작은 규모의 책방에 구성이 알찼다. 결국에 W.Benjamin 짧은 모음들과 F.Nietsche 아주 작은 모음을 샀다. 둘다 산것 같지만 문제는 읽을 시간도 없으면서 샀다는것.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있고 등껍질에는 1년째 똑같은 책을 넣고 다닌다. 이번 가을을 제대로 독서의 계절로 만들수 있을까. 일단 돌아갈때 기차에서 읽어야겠다. 한시간 읽고 한시간 쓰고 그럼 좋겠다. Saatichi에서는 아주 쓸데없는 물건들을 샀다. 그것도 괜한 욕심. 그래놓고도 사려고 들고다니다가 결국 놓고온 아쉬운 물건이 하나 있다. 버리고 비우기로 했으면서 욕심이 끝이 없다. 아무튼 오늘은 기차에서 Nietsche꺼부터 읽을꺼다. 지난번에 한국에서 읽은 제목하나가 우울한땐 니체. 지금 우울하진 않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Camera
몇일전 BR Canal 갈때 reflex 사고 처음 들고 나갔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게 부담스러워서 맞는 카메라가방에 겨우 넣어서 가지고 다녔다. 이번에도 혹시몰라 카메라 가방을 가지고는 왔는데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작은 카메라는 꺼내지조차 않았다. 카메라는 만큼 많은 정보를 담는다. 조금더 내가 바라보는 이미지와 가까운 이미지를 담는다. 그래도 아직 익숙해서인지 조작을 버벅대기도 한다. 실내에서 작업을 해보면 많이 친해질것 같다. 많은 것들을 예정이다. 보는 만큼 많은 것들을 담고 표현하고 만들어 내고 싶다. 적당히 있어보이는것들은 수명이 짦다. 자체로는 오래갈수 있지만 애정이라던지 효력같은것이 생각하고 고민한만큼의 시간에 비례하는것 같다. 때로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낸게 나올떄도 있긴 하다. 그래서 아직도 모르겠다. 이번에 공연을 위해서 계속해서 비디오를 짦은 기간안에 만들어 내야 하는 일정이라 버겁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덕분에 스케치처럼 익숙해지고 풍부해 지면 좋을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끝나면 충분히 많이 recherches 하고 싶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5 / London
HR, her (aka. BF)
이번 런던일정은 처음 생각을 한것도 오게 된것도 결국 HR이다. 한번 다녀왔고 아직 가보지 못한곳이 많아서 아무래도 금방 다시오지는 못할꺼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이렇게 다녀가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방문, 출장, 혹은 여행을 해본곳은 유럽과 한국이 전부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여행지인 유럽은 나에겐 유럽이라 익숙하고 내가 자란 한국은 한국이라 익숙하다. 물론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매번 새롭고 매번 다른 것들을 겪는다. 
처음가본 도시, 처음해보는 것들이 많지만 혼자 여행을 하거나 일로 가게 되면 당연히 관광지는 생각도 않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혼자 있게 경우에는 실컷 걷고 사진을 찍고, 유럽에서도 거의 마찬가지 이다. BR 함께 경우에도 둘이 그냥 걷고, 걷고, 걷는정도가 하루의 일정이다. 이야기를 많이 하고 한끼정도 맛있는 식사를 하는건 물론 조금 일상에서 벗어난 특별한 하루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여행 HR이가 있기에 그녀의 일정에 같이 다닐 생각을 했었다. 오전에 수업때문에 중간에 만나는 정도로 여겼다. 결국에는 오전에는 각자 보고싶은곳에 가고 중간에 만나부터 하루를 같이 보냈다. 
여행은 사람마다 기대하는 바가 다르다. 여행의 목적은 대부분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한 시간과 돈의 소비이다. 누구에게나 원하는, 소중한, 각자에게 의미가 있을 일정을 계획하고 따른다. 인생에서 이미 너무 많은것을 함께한 HR.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내일을 겪듯이 HR이랑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주로 까페에 앉아 겨우 찾은 여유를 같이 나누며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지만 한살한살 나이가 들어갈수록 바뀌는 모습과 세상에 맞춰 새로운것들을 나눠간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너무나 많은게 반대라고 여겨질 만큼 다른 우리는 그렇게 다른 톱니바퀴를 그때그때 서로에게 맞춰가며 자라나고 있다. 시간이 이제 29 정도 되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다.
벌써 세번째 파리에 그녀는 파리에서 만큼은 관광보다는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일과를 어느정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간을 부분적으로 일상적으로 보내다보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이번 한국에서 고마운 점이 많았기에 그랬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실때도 재밌고 밝게 해주고 싶지만 외부적인 모습이 아닌 일상으로 들어와 버려서 흐름이나 밝기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둘다 집을 떠났던 공간이 어느정도 오히려 숨을 만들어준것 같다. 일상의 안이라면, 혹은 혼자라면 고민의 고민을 하고도 단념하고나 미뤘을 몇가지.
고맙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Sleep Order
기절하듯이 잠이 든다. 런던으로 가는 유로스타에서도 잠시 정신을 잃고 졸았고, 매일 저녁이면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 잠자리를 많이 가렸었는데 요즘은 잠만큼은 어디서나 드는것 같다. 다만 여전히 자주 깨고 일찍 일어난다. 그건 괜찮다. 아직까지는 만큼 치유해 주는 없는것 같다. 지금은 파리로 가는 유로스타 . 해저터널을 지나는지 창밖이 어둡다. 지금 눈을 감으면 잠이 들것 같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5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Bus
처음 왔을때는 빠리 습관에 따라서 underground tube 우선으로 생각했다. 조금 익숙해 졌을때나 아무 버스도 타고 내리고 했다. 그때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것도 아닌데 여러가지 편의를 위한것들이 생겨났다. Citymapper라는 앱을 다운받았는데 런던, 파리 몇개 주요 도시들의 지도 교통정보가 나온다. 어디에서 몇번을 타는것, 몇분뒤에 버스가 도착하는지, 한국에서 편해진 만큼 이제 이쪽도 큰도시들 다니는데는 쉬워진것 같다. 언젠가 운전을 해서 유럽을 다니게 되면 다른 세상을 경험하겠지. 언제쯤 이곳에서도 운전을 하게 될까. 차는 편리한 짐이다.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The Lion King
어제 저녁 웅장한 뮤지컬을 보고 남은 강한 기억으로는,
  • HR 아니였으면 안봤을, 그리고 봐서 좋았던 순수한 문화.
  • 비싸다고 여겼지만 인트로 부터 값어치를 한다고 여기게 만든 공연. 보다가 졸면 어쩌지 했는데 졸기는 커녕 감각이 깨어났다.
  • 어린시절의 만화영화, 노래와 배경음악, 익숙한 대사들은 가장 깊은 주름으로 박혀있다. 어디가 가려운지 모르고 긁적이다가 그곳에 손가락이 닿은듯 추억이 펼쳐졌다.
  • The Circle of Life. 엔딩곡. 순환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다보니 더욱 귀에 박히던 가사. 
  • 무대, 조명, 의상, 연기 모두 master.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7 / London
Harry Potter
순수하게 상상으로 가득하던 시기, 세상의 수많은 어른 아이들과 함께 같은 상상으로 이끌던 . 7권은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흥미가 거의 잊혀졌었다. 오늘 나와 헤어져 꿈동산으로 놀러간 친구가 대신해서 시리우스 블랙의 지팡이를 사다주기로 했다. 선의 편에 떠도는 시리우스(serious)하고 블랙(black) 캐릭터. 마법을 걸어보자.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Elephant
비디오 작업으로 스케치를 잠시 멈춘 상태인 요즘엔 코끼리를 별로 떠올릴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두가지 코끼리. 머문 동네가 Elephant&Castle, 성을 등에 지고 있던 코끼리. 그리고 어제 공연에서 우리 옆으로 지나가 무대로 올라가던 커다란 코끼리와 뒤를 Nala 아역이 몰고 따라가던 아기코끼리. 언젠가 만나러 가야지.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
Cool or Cold, maybe Frozen heart.
마음이 매마르고 있었다.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감동 없이 상당히 매마른 상태였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시니컬했고, 주변 일에 흥미가 없었고, 별거 아닌 일에 짜증이 나기도 했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별로 일어나지 않는 상당히 막힌 상태. 무언가 많이 끓어오르거나 녹아버리는건 없지만 이번 일정 덕분에 조금 온기가 돌았다. 온기는 나눌수록 커진다. 한번 피가 돌면 움직일수가 있는데 막힌 상태에서는 자꾸만 트여있던 숨구멍에 모래가 차서 막히게 된다. 함께 숨을 쉬어야 한다. 행복할 만큼만.
유사화효가행.

Photo Credit : JiSun LEE / 2017.06.06 / London